
<사진/ MFIGHT 고준일 기자님>
기대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끝까지 버럭버럭 MMA룰 게임이라고 우기는 이왕표 옹을 봐서라도,
곰TV 생중계로 그 둘의 대결을 콩닥거리는 가슴을 안고 지켜봤죠.
땡~ 소리가 울리자마자 저돌적으로 돌격하는 밥샙.
"우...오옷! 진짜인거야?!"
하고 놀랐던 것도 잠시.
밥샙이 공중에 헛방질을 연발하는 것을 보고
"뭐야?"
하는 소리가 입에서 바로 튀어나오고...
이왕표 선수의 테이크 다운...
그 어설픈 테이크 다운에 힘없이 넘어가는 밥샙. 그리고 무엇보다 하이라이트는
이왕표의 어설픈 돌려차기에, 제대로 맞지도 않고 뒤로 물러나는 더 비스트!
그리고 쓰러진 밥샙의 팔을 잡고 암바!
어이가 없어서 허탈한 웃음만 나왔습니다.
"나 이왕표 죽지 않았습니다!"
라고 마이크 웍을 하는 이왕표 옹의 모습을 보고 난 후로는 참지못하고
미친듯이 웃었습니다.
제가 가는 격투기 사이트의 분들은 단 하나의 이견도 없이
'워크 경기-사전에 이미 승패가 정해진 경기-다'는 것을 눈치 챘습니다.
격투기 짬밥만 몇년인데 모를리가 없죠.
하지만 격투기에 별 관심이 없거나 최근부터 봐오던 분들은 달랐습니다.
네이버 뉴스등 포털사이에서는
그저 이왕표가 더 비스트 밥샙을 이긴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사실 세계 최강은 에밀리야넨코 표도르가 아니라 이왕표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은...
웃기지도 않는 소리 쌈싸먹어!
입니다.
뭔 말이 되시는 소리를 해야죠.
천가지 기술을 지녔다는 서브미션의 달인 노게이라, 이왕표보다 체격도 크고 몸무게도 더 나가는
한때 프라이드 헤비급의 왕자였습니다. 현재도 표도르에 가려진 채 부동의 랭킹 2위자리를 고수하는
UFC의 챔피언 입니다.
그.런.데.
그 노게이라에게 태클도 허용치 않고 노게이라의 암바를 그대로 붙잡고 던져 버리던 그 밥샙이
이왕표의 어설픈 암바에 걸렸다?!
타격시에도 K-1 3회 챔피언에 빛나는 어네스트 후스트를 KO시켰던 밥샙이
허우적 허우적 정타를 한번도 뺏지 못했습니다.
그건 왜일까요?
1라운드 시작하자마자 러시하는 척을 했는데, 몇대 맞긴 한 모양입니다.
예상외로 이왕표가 당황해 보여서, 밥샙은
이왕표 선수를 배려하는 나머지 남은 시간에 소극적으로 연기를 한듯 보입니다.
아무리 밥샙이 현재 막장테크 탄다고 해도
사실 격투기를 조금만 보신 분들은 두 선수 몸놀림을 보면 워크경기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겁니다.
워크 경기라는 증거가 더 있습니다.
1. 파울 컵을 차지 않았습니다.
원래 종합격투기 경기는 격렬하기 때문에 언제나 낭심에 발이나 주먹이 오갈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파울컵은 트렁크 안에 차서 낭심을 방어하는 방어구죠.
하지만 이 경기에서는 파울컵을 차지 않고 출장했습니다.
주요부위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던 거죠.
2. 부심이 없었다.
다른 스포츠의 경우 일부의 스포츠는 약식으로 할 경우에는 부심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하지만 MMA는 다릅니다.
부심은 점수 집계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치 복싱 경기를 하면서 주심 혼자 점수를 집계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진거죠.
주심의 역할은 선수의 통제와 시합을 원할히 이끌고, 선수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 와중에 서로 히트수를 세고 우열을 판단할 여유는 없습니다.
거기다 암바가 걸려서 밥샙이 탭을 쳤는데도 그저 방관하기만 하는 심판.
밥샙과 이왕표를 때놓지도 않고 그저 환호하고 있습니다....
3. 경기전날
계체량이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뭐 그럴수도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밥샙은 경기 전날 놀이공원에서 놀았으며 술을 먹었다고 합니다....
보통 MMA를 하는 선수들은 이러지 않습니다; 복싱의 경우만 생각해 봐도 달리
설명을 안해도 알수 있는 영역이니 넘어가죠.
4.셔독의 전적.
가장 공신력 있는 인터넷 격투기 포럼인 셔독의 밥샙의 전적에 변화가 없습니다.
물론 이왕표 선수의 데이터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셔독의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됩니다.
몇몇분들은 말씀합니다.
"워크 경기인줄 몰랐던 사람이 이상한 것이다.
주최사가 WWA인걸 봤다면 당연히 프로레슬링 룰로 진행될 것이며 재미있었으면 됐지 않느냐?"
아뇨, 제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왕표 선수가 MMA훈련을 했던것은 겨우 며칠간.
MMA훈련 며칠해서 밥샙을 이긴다라...
저처럼 MMA를 자주 봐온 사람이나 이게 워크 경기인걸 알지, 문외한이거나 최근에 추성훈이나 최홍만 선수 때문에
MMA를 보기 시작하신 분들은
"MMA 알고보니 별거 아니네,"
"효도르 밴너 노게이라 다 별거 아니구나. "
"추성훈 선수도 말이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 분명히 생깁니다.
우리 민족의 냄비적인 특성상, 사전 지식이 없다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과연 그런 상황에서 이왕표 씨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한국프로레슬링은 리얼이다.'
라는 자존심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중요하다고해도 그걸 쇼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스포츠인, 그리고 메이져 스포츠로 자리 잡으려고 하는
MMA를 끌어들여서까지 이렇게 했어야 하나 싶네요.
특히 경기가 끝나고
"나 이왕표 아직 안죽었다"
라는 말은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혹자는 격투기에도 WWA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것 아니냐?
라고 말씀 하시는데
격투기 보급은 놔둬도 계속 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라이드가 죽은 이후에 수많은 분들이 '종합격투기의 미래는 암담하다."라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
UFC가 메이져로 자리 잡은 이후에 한국에 이종격투기의 보급률이 엄청나게 높아졌습니다.
그러므로 이왕표가 밥샙을 꺾은 반동으로 MMA보급이 활성화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미디어는 본질을 왜곡하면 '시청자를 기만'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위원회에 회부됩니다.
이 경기가 TV에 중계된 것은 아니지만, 뉴스 매체를 통해 다루어 졌으므로 확실하게
'워크 경기 였으면 워크경기였다고' 밝혀야 하는게 맞습니다.
WWE도 기자회견장에서 뻥치지 않냐는 분들도 계시는데,
사실 WWE 프로그램 화면에 나오는 기자회견장은 기자회견장 모양으로 만들어진 자리일 뿐이지,
기자회견장이 아니고, 거기 등장하는 기자분들도 기자는 아닙니다.
WWE스타들은 실제 기자와 만날때는 사생활을 정확히 이야기 해주고,
악역관계의 선수와 좋은관계임을 공공연히 드러냅니다.
쉬는 타이밍마다 보이는
"이것은 쇼입니다. 하지만 위험은 진짜입니다"
라는 말은 이제 더 보기도 지겨울 정도입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 경기 결과만을 놓고 보았을때 생기는 여론입니다.
보통 일반인이 언제나 상정하는 것은 소위 말하는 '짱개식 논리'라는 것입니다.
밥샙대 노게이라는 3라운드 막판 역전승이었으니 노게이라보다 이왕표가 강하다->
표도르는 3라운드 판정으로 노게이라를 이겼으니 결국 최강은 이왕표->
이왕표 오오 대한민국의 자존심.
언제나 일본 이종 격투기의 내셔널 리즘을 욕하던 한국 격투기 팬들도 좌시 할 수 없는것은
여론이 만들어내는 내셔널리즘의 강함에는 어떤국가라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호응해 버린다는
점에 있습니다.
결국 격투기의 문외한들은 내셔널리즘의 안경을 쓰고 MMA라는 스포츠를 바라보게 되는거죠.
그렇다면 지금까지 표도르나 조르쥬 생 피에르. 비제이 팬, 앤더슨 실바만 바라보며
"나도 미래의 UFC파이터" 라고 다짐하고 수련하는 수많은 격투기 꿈나무들은?
수십년간 MMA수련을 해온 선수들은?
진짜 초인이 되어왔던 이 남자들은 어떻게 되는겁니까?
현재도 '김두한 대 표도르 누가 이기나요?' 하는 근본없는 글들이 네이버 지식인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을 미루어봐서
"걔들 별거 아니다. 동네 양아치들 몇명이면 쉽게 제압 가능하다."
라며 MMA자체에, 혹은 MMA를 수련하는 선수들에게 충분히 물먹일 수 있다는 거죠.
한국 프로레슬링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방책이었다....
라는 말은 일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만, 그것을 시합 후까지도
"철저한 실전이었고 자랑스럽다" 라는 인터뷰를 했어야 하나 싶습니다.
아예 외국처럼 "우리는 짜고 합니다. 하지만 재미는 있으니까 재밌게 봐주세요" 하고 자막이나
미디어로 인지시키고 벌어진 경기였다면 아무런 실망도 없었을텐데....
프로레슬링을 살리기 위해서는 마냥 전통적인 우리나라 레슬링처럼
"우리나라 프로 레슬링은 진짜다!"
하고 버럭버럭 우기기보다는
"픽션이지만, 그렇기에 재밌다. 앞으로 더 재미있어질 것이니 기대해달라"
고 인정하며 더욱 재밌는 경기를 해 나가야 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도 김일 선생님 추모 대회에서 이런 해프닝이 생기니까 더욱 씁쓸하네요.
그저 아쉽습니다.
물론 여기까지 충분히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최근 덧글